|
2009년 07월 06일
어딘가의 모텔에서 지내고 있는 중이다. 마지막 여행같아 보이고 싶진 않았지만 왠지 그런 기분이 들게 하는 여행임은 어쩔수 없다. 며칠간 비가 왔다. 비가 그쳤다. 다시 해가 나왔다. 후덥지근한 날씨 덕분에 더더욱 정붙이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혼자 밥을 먹으러 갔다. 식욕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양의 식사가 나온지라 눈 딱 감고 입으로 계속 밀어넣었다. 그래서 그런지 결국 체했다. 아무려면 어떠냐 싶어서 손가락을 집어넣어서 토했다. 우웨에엑. 다 토하고 난 다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째뜬 남아있는 돈을 다 써버려야겠다는 생각에 부지런히도 쓰고 있다. 웃긴 말이지만 삼국지를 하다가 신무장 장수중 한명의 얼굴이 효은이와 많이 닮았다는걸 알게 되었다. 아무렴 어쩌랴. 왠지 마음이 알싸해져서 몰래 찾아볼까 했는데 관뒀다. 정들까봐. 부품 하나하나가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다. 하루키 소설에 나온것처럼 처음에는 짐을, 의자를 그리고 나중에는 불쌍한 스튜디어스까지 던지고 추락하는 비행기처럼 그렇게 하나하나 분해되어 사라져 가고 있다. 어찌된 일인지 이 여름에,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같다는 기분이 든다. 마땅한 장소를 찾기 힘들다. 웃기지만 덥수룩하게 자란 머리를 잘랐다. 머리를 감겨주는 아가씨가 얼마나 꼼꼼하게 해주는지. 머리를 자르고 난 뒤, 마사지 받으러 가서 2시간 동안 마사지를 받고, 일식집으로 가 초밥과 술을 시킨다음 마음껏 먹었다. 밥따위는 먹지 않겠어! 하며 위에 올라간 회만 골라먹고 술을 한병을 다 마셨다. 내일이면 끝날것이다. 되도록이면 빨리 발견되어서 사용해 주었음 좋겠다. 이걸로 세상에서 나를 아는 사람은 모두 없어질것이다. 나와 함께. 2009년 06월 14일
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맞다. 죽기로 결심했다. 이런건 이렇게 공개된 곳에 쓰면 안되는게 아닐까 싶지만 어짜피 아무도 찾는 사람도 없다. 이 곳을 아는 사람도 나를 기억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을것이다. 그동안 나는 저공비행을 하며 살아왔다.
분실로 가득한 인생이었다. 연애를 실패하고, J가 나에게 절교를 선언했고, 가릉빈가가 죽어버렸다. 이 계획은 이미 가릉빈가의 장례식에서 결심했던 일이다. 그의 죽음을 따라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다만 하나의 매개체가 되었을뿐. 졸업장을 땄다. 거의 2년을 일찍 졸업하였지만 별 감흥이 없었다. 집도 정리할까 하다가 그만두기로 했다. 뭔가 너무 죽기로 결심한 사람같은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반년치 렌트비를 내고 떠나왔다. 버스를 타고, 아리조나 어느 타운으로 왔다. 여름이라 계획을 실행하기가 조금 망설여 지긴 하지만... 유서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제로 난 굉장히 기대하는 중이고, 두근두근하다.
# by 바텐더이수 | 2009/06/14 04:32
|
ABOUT
이글루 파인더
카테고리
불 좀 꺼주세요
내가 한 손에 잣대를 들고 겁에 질려서 주위를 바라보기 시작한 것은 분명히 케네디 대통령이 죽은 해다. 그로부터 벌써 15년이나 지났다. 15년 동안 나는 참으로 많은 걸 내팽개쳐 왔다. 마치 엔진이 고장난 비행기가 중량을 줄이기 위해 짐을 내팽개치고, 마지막으로 불쌍한 스튜어디스를 내팽개치듯이, 15년 동안 나는 온갖 것을 다 내던지고 그 대신에 거처 아무것도 몸에 지니지 않았다. 그것이 과연 옳았었는지 나로서는 확신할 수가 없다. 편해진 건 확실하다고 해도 나이 들어 죽음을 맞이하려고 할 때, 도대체 나에게 무엇이 남아 있을까를 생각하면 두렵기 짝이 없다. 나를 화장한 뒤에는 뼈 하나 남지 않을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중 발췌 라이프로그
|